[HIV/AIDS]네팔 지부장이 들려주는 현장 이야기

2022-04-13

 

 

 

글. 써빙프렌즈 네팔 지부장 김일환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693km 정도 떨어져 있는 껀쩐풀로 떠나기 위해 트리부반 고속도로에 올랐다.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2년 만의 방문길이다. 이전 같으면 야간 버스를 타고 이동했을 텐데 코로나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어 안전을 위해 직접 운전을 해서 가기로 결정했다. 왕복 2차선 도로에 사람, 차량, 동물 할 것 없이 움직일 수 있는 모든 것들이 함께 이동하는 다소 복잡한 도로이기는 하지만 한동안 카트만두에서 고립되어 살았던 터라 오랜만의 장거리 운전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1박 2일의 여정 – 설렘

껀쩐풀까지의 거리는 20시간이 족히 걸린다. 혼자서 20시간을 쉬지 않고 운전한다는 것은 무리였기에 중간에 꼬월뿔이라는 지역에서 쉬었다 가기로 했다. 15시간을 달려 도착한 2월의 꼬월뿔은 여름에 최고 온도가 48도까지 올라간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20도 정도로 휴식을 취하기에 좋은 온도였다.

둘째 날 아침, 5시간 정도를 다시 달려 껀쩐풀에 도착했다. 숙소에서 짐을 푼 후 다음날 있을 현지 직원 교육을 위한 준비를 하는 동안 너무 오랜만에 현장에 내려와 직원들과 아이들을 만난다는 것에 기분이 좋았고 또 설렜다.

 

 

새로운 만남과 시작 – 초심(初心)


껀쩐풀 방문 3일 차의 일정은 현지 파트너 로컬 NGO ‘MPDS’ 직원들과의 만남으로 시작되었다. 써빙프렌즈 네팔 아동 결연 사업의 목표와 방향성 등 사업 전반의 내용을 공유하고 실제 직무 교육, 사업에 대한 토론과 논의 등 발전적인 시간을 가졌다.

네팔 결연 사업이 시작된 지도 어느덧 10년. 그 사이 현장 직원들에게 많은 노하우가 쌓였지만 한편으론 타성에 젖어 처음 열정을 잃어가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기에 우리는 새로운 방식과 열정으로 함께 할 새로운 팀이 필요했다. 그렇게 새로운 파트너가 된 팀이 ‘MPDS’이다. 그렇기에 이들과 함께 한 시간은 나에게도 초심(初心)으로 돌아가는 기회가 되었다. 앞으로 MPDS 직원들과 만들어갈 아이들을 위한 새로운 시간들이 기대가 된다.


 

 

오랜 기다림의 끝 – 만남


4일 차,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이들을 만나는 날이다. 첫 번째 만날 아이는 꼬삘라(가명)다. 꼬삘라는 아빠를 에이즈로 잃고 엄마와 단둘이 흙으로 만든 집에서 살고 있다. 꼬삘라의 아빠는 이웃 국가인 인도로 일을 하러 갔다 병을 얻어 돌아왔고 그 병은 어머니를 통해 아이에게까지 전해져 HIV 바이러스 보균 아동이 되었다. 교육을 받아 본 적 없는 엄마는 꼬삘라의 공부를 도와줄 수가 없다. 그래서 꼬삘라는 12살이지만 아직도 네팔어를 잘 쓸 줄 모른다. 많은 보균 아동들이 면역력 저하로 잔병이 많고 알레르기, 고막 파열, 결핵, 간질 등으로 학업에 대한 집중력을 갖기가 어렵다. 특히 전기가 잘 들어오지 않는 네팔의 시골 환경은 아이들의 학업에 큰 방해가 된다.

 

우리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이발소에 가서 이발을 하고 온 꼬삘라가 급한 마음에 하얀색 분말이 머리에 있는 것을 모르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오,,,!! 그런데 언제 아이가 이렇게 자랐지? 못 본 사이에 훌쩍 커버린 아이,
전에는 작고 어린아이로만 보였는데 이젠 제법 청소년 티가 좀 나는데~~~


아이를 위해서 미리 준비해 갖고 갔던 주전부리(젤리와 사탕)을 나눠주면서 꼬삘라와 지난 이야기에 대해서 나누었다. 전에는 장난꾸러기에 엄마 말도 잘 듣지 않고 학교도 잘 가지 않겠다고 하는 아이였는데 이번에 만난 꼬삘라는 공부도 하겠다고 하고(옆집에 사는 누나로부터 과외도 받고) 생각도 행동도 많이 달라져 있는 것을 대화로 알 수 있었다. 못 본 사이 집에도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그동안 결혼 한 큰 누나가 재정을 모아서 방 3칸의 흙 집을 지어 주었다. 다 완성이 된 것은 아니지만 이전 오래된 흙 집을 생각해 보면 엄청 많이 발전해 가고 있는 것이다. 꼬삘라도 꼬삘라의 엄마도 너무 좋아하는 모습에 우리도 같이 기분이 너무 좋았다. 스스로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며 살고 있는 꼬삘라의 가정은 이들의 섬기는 친구로 함께 한 지난 10년의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 주었다.

 

 

많음을 쫓기보다는 한 명 한 명을 소중하게 – 선택과 집중

네팔에는 1,200명이 넘는 HIV 보균아동이 있지만 써빙프렌즈는 돌볼 수 있는 만큼의 아이들을 선택하고 그 아이들에게 집중하고 있다. 숫자가 많아질수록 지금과 같은 세심한 돌봄이 어렵기 때문이다. 많음을 쫓기보다는 우리와 친구가 된 아동들을 최선을 다해 돕는 것이 네팔 결연 사업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지켜봐 주고 기다려주는 것 또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꼬삘라도 지금 당장은 공부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언젠가는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찾아서 갈 수 있는 건강한 청년이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주는 날이 오지 않을까? 네팔의 결연 아이들 모두가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는 그날까지 우리는 그들의 친구로 함께 할 것이다.        

 

2022년 4월의 어느 날 네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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